가정이나 소규모 건물에 태양광(태양열 전지) 설비를 올릴 때, 발전량을 좌우하는 두 축은 일조량(햇빛의 양)과 방향/각도(빛을 받는 자세)입니다. 이 글은 설치 전에 꼭 점검해야 할 핵심만 모아, 실전 체크리스트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.
일조량의 핵심: PSH, 지역·계절 편차, 그리고 “그림자 0시간대” 확보
왜 일조량이 중요할까?
태양광 발전량은 결국 “얼마나 오래, 얼마나 강하게” 햇빛을 받느냐에 달려 있습니다. 현장에서 쓰는 대표 지표가 PSH(Peak Sun Hours, 등가일조시간)로, “하루 중 1kW/m²에 해당하는 강한 햇빛을 몇 시간 받았는가”를 의미합니다.
대략 기준: 연평균 PSH 3.5~4.5시간/일이면 주거용 설치의 경제성 검토가 충분히 가능합니다.
지역 편차: 해안/도서·남부가 상대적으로 높고, 산간·북부나 장마·적설 영향 지역은 낮습니다.
계절 편차: 여름은 PSH가 길고, 겨울은 짧습니다. 겨울 PSH가 낮은 지역은 자가소비형(낮 전력 위주) 설계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.
현장 일조량을 빠르게 가늠하는 방법
위성·기상 데이터 확인: 공공 데이터 포털, 지자체 신재생 맵, 발전사업자 포털 등에서 지역별 일사량/일조량 지도를 확인합니다.
실측(가능하면 최고):
옥상/지붕에서 시야 360° 사진을 찍어 계절별 해 궤도를 겹쳐 보는 앱 활용
하루 동안의 그림자 이동을 타임랩스로 기록
최소 10:00~15:00 사이에 지속적인 직사광 확보가 되는지 확인 (이 시간대는 발전의 ‘골든 타임’)
미세먼지·해무·안개 영향: 같은 지역이라도 대기질이 잦은 곳은 실제 발전량이 줄 수 있으니 유지관리(유리표면 세척) 계획을 포함하세요.
그림자 ‘제로’ 시간대를 확보하라
나무, 엘리베이터 탑, 난간, 태양열 온수기, 구조물 등으로 생기는 그림자는 생산량 급감을 부릅니다. 특히 스트링(직렬) 연결에서는 한 장이 가려져도 전체 스트링이 끌려내려옵니다.
목표는 골든 타임(10~15시)에 그림자 0시간.
어쩔 수 없는 환경이면 마이크로인버터나 DC 옵티마이저로 부분 음영 손실을 낮추는 방식을 검토하세요.
방향(방위각)과 경사각: “정남향, 위도±10°”가 기본 해법
방향(방위각)
북반구에서는 정남향이 연간 발전량이 가장 큽니다.
남향에서 ±15°(남동~남서)까지는 손실이 수% 내외로 작아, 지붕 구조를 우선하기도 합니다.
동·서향 지붕은 오전/오후 피크가 갈라져 자가소비형(낮 시간대 분산 소비)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. 연간 총량은 남향 대비 대략 5~12% 낮아질 수 있음을 감안하세요.
경사각(틸트)
연중 최적 경사각 ≈ 설치지 위도(예: 위도 35°면 30~35°).
여름 최적: 위도보다 10° 낮게(더 눕힘).
겨울 최적: 위도보다 10° 높게(더 세움).
눈/비 배수와 오염을 고려하면 최소 10~15° 이상 기울여 물때와 먼지 축적을 줄이는 게 좋습니다.
평지붕이라면 무게·풍하중을 고려해 낮은 각도(10~15°)+볼라스트(추)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.
지붕 형태별 팁
박공지붕: 지붕면 방향이 곧 패널 방향입니다. 남향면 우선, 동·서면은 좌우 대칭 배치로 배선 길이와 방식(스트링 분리 또는 마이크로인버터)을 최적화하세요.
평지붕: 바람과 자중을 고려한 경량 볼라스트 랙을 쓰고, 행간 간격(자체 음영)을 계산해 배치합니다.
징크/슬레이트: 체결 방식(클램프/브래킷)과 누수 방지를 위한 방수 시트·실란트 디테일이 관건입니다.
그림자·간섭 요소 관리: 간격 공식, 배치 전략, 전기적 대안
행간 간격(자체 음영) 계산의 기본
겨울 낮 해고도에서 뒷줄이 앞줄에 가려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.
겨울 하지점(동지) 정오 태양고도 대략:
α ≈ 90° − (위도 + 23.45°)
(예: 위도 37° → α ≈ 90 − 60.45 = 29.55°)
필요 행간 거리 D는 대략
D ≥ H / tan(α)
여기서 H는 모듈 윗단과 아랫단의 높이차(패널 높이 ×sin(경사각)).
실제 설계에서는 계절 변화·설치 오차를 고려해 10~20% 여유(안전율)를 더합니다.
주요 음영·간섭 체크리스트
상시 장애물: 옥탑, 난간, 파라펫, 배기덕트, 벽면 장식, 통신 안테나
계절성 장애물: 낙엽수(여름 잎이 우거짐), 주변 공사 크레인, 겨울 낮은 해고도
자체 음영: 다열 배치 시 뒷열 가림, 에어컨 실외기·난간과의 간격 부족
배선 음영: 전선·케이블 덕트의 그림자도 특정 시간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.
전기적 손실을 줄이는 결선·인버터 선택
스트링 인버터: 효율이 높고 경제적이지만 부분 음영에 취약. 가능한 동일 방향·동일 조도 모듈끼리 묶고,
스트링별 MPPT 채널을 분리합니다.
마이크로인버터/옵티마이저: 모듈 단위 MPPT로 음영 영향 최소화. 지붕이 분절되거나 동·서 혼합, 장애물이 많은 경우 유리합니다.
접속함·차단기 위치: 그늘지고 통풍되는 곳에 두어 온도상승으로 인한 출력 저하를 줄입니다.
현장 적용 체크리스트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
(A) 10분 현장 체크리스트
골든 타임(10~15시) 그림자 0시간 확보 가능한가?
방위각: 남향 기준 ±15° 이내인가? 동·서 혼합이면 자가소비 패턴과 맞나?
경사각: 위도±10° 범위에서 구조적으로 가능한가(배수·세척·풍하중 고려)?
행간 간격: D ≥ H/tan(겨울고도) + 10~20% 여유 적용했는가?
지붕 구조·하중: 슬래브·트러스·마감재 상태, 방수층 손상 위험, 유지보수 동선 확보
전기실 동선: 인버터 설치 위치, 차단기/계량기 접근성, 케이블 트레이 경로
안전·유지관리: 난간 유무, 추락방지, 세척/제설 계획, 낙뢰·접지 설계
인버터·결선: 음영·방위 혼합 시 마이크로인버터/옵티마이저 고려
허가·민원: 구조안전, 옥상 사용 승인, 반사광 민원 가능성 사전 검토
보증·A/S: 모듈·인버터 보증기간, 고장 시 접근성, 원격 모니터링
(B) 예시로 보는 발전량 감도(대략 가정)
설비: 4kW(400 W×10장) 주택용, 남향 30° 경사, 그림자 없음
기준 발전량: 연 4,800~5,400 kWh 가정(지역·기후·설비효율에 따라 변동)
방위 오차: 남향 대비 동/서 30° → 연간 510% 감소 가능
낮은 경사(10°)로 변경 → 여름은 유리하나 겨울 감소, 연간 25% 변동
부분 음영 1장(스트링) → 해당 시간대 수십 % 급감(옵티마이저 적용 시 완화)
오염·온도·배선 손실 합계로 1015% 손실은 일반적, 유지관리로 2~5% p 개선 여지
(C) 자가소비 vs. 판매 관점
자가소비형: 동·서
혼합, 낮은 경사로 지붕 수용력을 늘려 피크 분산하면 전기요금 절감 체감이 큽니다.
판매형(계량·정산 중심): 최대 연간량이 중요 → 정남향, 위도 근처 경사, 음영 0이 우선순위입니다.
마무리: “일조량은 데이터+현장, 방향은 구조+소비패턴”
태양광은 같은 용량이라도 현장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집니다.
일조량은 지역 데이터로 1차 확인하고, 현장 그림자 0시간대를 확보하세요.
방향/경사는 “정남향 + 위도 근처 경사”가 기본, 동·서면은 자가소비 전략과 함께 설계합니다.
그림자·행간·결선은 작은 차이가 큰 손실로 이어집니다. 옵티마이저/마이크로인버터는 복잡한 지붕에서 강력한 대안입니다.
설치 전 위 체크리스트만 꼼꼼히 점검해도 연간 수%~수십%의 차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. 지붕·전기·안전·민원까지 한 번에 검토해, 내 환경에 가장 잘 맞는 “빛 받는 자세”를 찾아주세요.